비인가 국제학교가 폐쇄되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되나 — 학적·검정고시·전학 정리

폐쇄될 수도 있다는 말 앞에서
아이를 비인가 국제학교에 보내는 부모라면, 올해 봄부터 뉴스 한 줄에 마음이 내려앉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미인가 국제학교 전부 폐쇄 대상." 학비를 적지 않게 내고, 아이도 잘 적응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가 문을 닫으면 우리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먼저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당장 내일 모든 비인가 국제학교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설마 우리 학교는 괜찮겠지"라고 넘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지금 어떤 일이 진행 중인지 정확히 알고, 폐쇄라는 상황이 실제로 닥쳤을 때 아이의 학적과 학력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입니다. 이 글은 불안을 키우려는 글이 아닙니다. 비인가 국제학교 폐쇄가 현실이 됐을 때를 대비한 실무 안내에 가깝습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2026년 4월,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인가나 등록 없이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되는 교육시설은 폐쇄 명령의 대상이 되고, 그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다는 것.
교육부의 설명은 꽤 단호합니다. 영어로 수업하면서 학교 형태로 운영하면 모두 폐쇄 대상이고, 해외 기관의 인증을 받았는지, 국내에 학원으로 등록돼 있는지는 판단 기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2023년 헌법재판소도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하면 초·중등교육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규모를 보면 막연한 엄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며 현장점검을 한 결과, 200여 곳의 불법 교육시설이 확인됐습니다. 국내 영미권 교육기관 가운데 정식 외국인학교·국제학교를 빼면 약 130곳이 비인가로 추정됩니다.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부모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질문들로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Q. 다니던 학교가 당장 문을 닫게 되나요?
아닙니다. 적어도 '갑자기'는 아닙니다. 개정법의 발효 시점은 2027년 1월이고, 폐쇄 명령은 그 이후 시행 주체인 시·도교육청의 여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내려질 것으로 교육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폐쇄 명령이 곧바로 학생을 길거리로 내모는 방식은 아닙니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학생이 전학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명령 → 즉시 폐쇄'가 아니라, 시정 고지와 유예기간을 거치는 절차가 예정돼 있습니다. 다만 그 기간이 언제, 얼마나 주어질지는 교육청별로 달라질 수 있어 학교 측 안내를 계속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Q. 폐쇄되면 아이 학적은 어떻게 되나요?
공교육으로 돌아오는 길은 막혀 있지 않습니다. 학교가 폐쇄되거나 학생이 시설에서 나오게 되는 경우, 공교육 복귀를 원하는 학생에게는 일반 초·중·고와 대안학교, 대안교육기관 등으로의 취학 절차가 안내됩니다.
이때 학년은 기계적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학생의 연령과 학습 수준을 고려해 배정이 이뤄지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입니다. 아이가 또래보다 한 학년 아래로 들어가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지만, 무작정 처음으로 돌아가는 구조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거주지 교육지원청이나 배정 예정 학교에 상황을 미리 확인해 두면 전환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Q. 그동안 다닌 기간은 국내 학력으로 인정되나요?
솔직하게 말하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건 폐쇄와 상관없이 비인가 기관의 구조적 특성입니다. 비인가 교육시설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학적과 학교생활기록부를 올릴 권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성실히 다녔어도 그 기간이 국내 초·중·고를 다닌 것으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해외 대학 진학에는 문제가 없는 곳도 있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해외 트랙 이야기이고, 국내 학력으로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따라옵니다.
Q. 그럼 검정고시를 꼭 봐야 하나요?
국내 학력을 회복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검정고시입니다. 중졸·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해당 단계를 정규로 졸업한 사람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받습니다. 시험은 1년에 두 차례 시행됩니다.
응시 자격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학력입니다. 중졸 검정고시는 초등학교 졸업자 또는 그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인정된 사람, 고졸 검정고시는 중학교 졸업자 또는 그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인정된 사람이 응시할 수 있습니다(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35조 제3항·제5항). 법령에 연령 요건이 명시된 것은 초졸 검정고시뿐이고, 응시 연도의 전년도를 기준으로 만 11세 이상이어야 합니다(같은 조 제1항). 대신 짚어 둘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해당 단계의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응시 대상이 아니고, 중졸의 경우 학적이 정원 외로 관리되는 사람은 이 제한에서 빠집니다(같은 조 제4항). 비인가 기관을 선택했다면 검정고시를 '비상용 카드'가 아니라 학업 계획의 일부로 처음부터 넣어 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폐쇄가 닥친 뒤 부랴부랴 준비하는 것과, 미리 일정을 잡아 두는 것은 체감이 전혀 다릅니다.
Q. 초·중 의무교육 단계인데, 과태료 같은 게 나오나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 과정이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자녀를 인가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학부모가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행정 처리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의무교육 대상 학생이 미인정 교육을 받는 경우, 결석이 3개월을 넘어가면 거주지 학교에서 정원 외로 학적이 관리됩니다. 말하자면 서류상 학적의 끈은 거주지 학교에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이 부분은 가정마다 사정이 달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거주지 교육청에 현재 자녀의 학적 상태를 한 번 확인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Q. 해외 대학을 목표로 준비해 왔는데, 그 계획도 무너지나요?
목표가 처음부터 해외였다면, 판단 기준 자체가 달라집니다. 미국 대학은 한국의 NEIS 학생부가 아니라 지원자가 졸업한 고교의 졸업장과 성적표(transcript), 표준화 시험 점수를 봅니다. 그래서 국내 학력 인정 여부보다 '공신력 있는 해외 졸업장과 성적을 확보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갈립니다. 비인가 기관 중에는 국내 학력도, 명확한 해외 졸업장도 둘 다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폐쇄 국면에서 가장 곤란해지는 게 바로 이런 위치입니다. 그래서 해외 진학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졸업장과 성적이 어디서 어떻게 발급되는지를 기관 선택의 첫 기준으로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금 점검해 두면 좋은 것들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막연한 걱정을 구체적인 확인 항목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아래는 폐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부모가 지금 점검해 볼 만한 목록입니다.
- 우리 아이가 다니는 기관의 법적 지위(인가/등록/미등록) 확인
- 거주지 학교에 남아 있는 학적 상태(정원 외 관리 여부) 확인
- 학년에 맞춘 검정고시 응시 가능 시점과 일정 파악
- 해외 진학이 목표라면 졸업장·성적표가 어디서 발급되는지 확인
- 공교육 복귀 시 배정 예정 학교와 학년 배정 기준 사전 확인
기관 유형에 따라 학력과 진학의 출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눈에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국내 학력 인정 | 학생부(NEIS) | 폐쇄 명령 대상 | 검정고시 |
|---|---|---|---|---|
| 인가 학교(외고·국제고 등) | ✓ 인정 | ✓ 생성 | ✗ 아님 | ✗ 불필요 |
| 외국인학교·인가 국제학교 | ✓ 인정 | ✓ 생성 | ✗ 아님 | ✗ 불필요 |
| 비인가 국제학교 | ✗ 불인정 | ✗ 미생성 | ✓ 대상 | ✓ 필요 |
| 검정고시 취득 후 | ✓ 동등 인정 | ✗ 미생성 | — | — |

해외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폐쇄 대상이 되지 않는 법적 지위의 기관에서 준비하고 졸업장은 미국에서 받는 구조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압구정의 VCA서울이 그런 경우로, 어학원·유학원으로 등록된 상태에서 미국 Veritas Collegiate Academy(버지니아) 진학을 전제로 Trivium 기반 Classical Education 과정을 운영합니다.
불안을 정보로 바꾸는 일
폐쇄라는 단어는 크고 무겁게 들립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학적 처리, 검정고시, 학년 배정, 졸업장 발급처럼 하나씩 확인하고 준비할 수 있는 항목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한꺼번에 무너지는 일은 생각보다 드물고, 모르고 있다가 시점을 놓치는 일이 더 흔합니다. 2027년 이후의 규제 환경에서는 자녀의 최종 진학 목표가 국내인지 해외인지를 먼저 정하고, 그 목표에 맞는 학력 증빙과 진학 루트가 확보되는 기관인지를 기준으로 선택지를 점검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